최근 다문화가정 자녀의 수가 20만명이 넘어선 가운데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한국사회 적응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기도의 경우 매년 약 5천명의 다문화가정 신생아가 태어나며 중도 입국자녀를 포함하면 더 많은 수의 아동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진학 후 학교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집단 따돌림, 폭력 등 교유관계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다문화가정 자녀의 초등학교 학업중단률은 내국인 학생의 4.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연구원 이병호 연구위원은 '경기도 다문화가정 미취학 아동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최근 미국이나 서구에서 급격히 부각되고 있는 다문화사회의 위기는 이민자 2,3세가 정규교육에서 낙오돼 취업하지 못하고 사회 변두리 밖으로 밀려나 그 중 일부가 결국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로 돌변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다문화가정 아동들 역시 10여년 뒤 청년기에 도달하는 시점에서 나타날지 모를 학업부적응과 사회부적응 현상에 대해 현재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병호 연구위원은 "매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전국적으로 대략 2만명, 경기도의 경우 5천명 정도로 전체 미취학 아동의 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학업을 중단하는 비율은 내국인에 비해 4.5배 가량 높다. 이렇듯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한국사회에서 부적응하게 된다면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개연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 문제를 정책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랜기간 동안 동일한 민족과 언어, 비슷한 가치관 과 세계관에 기초한 동질적인 문화공동체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3D업종 분야의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노동자들의 유입이 증가하고, 1990년대 농촌의 젊은 여성인구 감소에 따른 노총각 결혼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국제결혼이 급증하면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사회적응은 미래 한국사회 발전에 있어 중요한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한 사회통합 노력이 성공을 거둔다면 미래를 이끌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만 반대로 실패한다면 현재 상당수 서구사회가 겪고 있듯이 향후 심각한 사회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공정한 기회보장을 위해서 초등학교 입학 이전에 내국인 아동과 동일한 수준의 학업능력을 갖추게 해야 한다"며 "고급 인적자원 확보를 위해서 언어, 과학, 예술, 체육 분야 등에 걸쳐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재능을 조기에 발굴해 키워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이병호 연구위원은 △다문화가족 방문지도사업 확대 △다문화유치원 확대 △다문화 도서관 △다중 언어 프로그램 개발 △다문화 영재발굴 등의 사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문화가족 방문지도사업은 다문화가정 상당수가 주위의 차별적 시선을 의식하고 그에 따라 결혼이민여성 및 그 자녀들이 집에 머물면서 외부활동을 극도로 줄이는 경우가 많은 현실을 감안할 때 가장 효과적인 사업이다.

가정에서 한국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한국어 구사능력에 심대한 영향을 받게 되고 오히려 퇴보하는 경우마저 있기 때문이다.

다문화유치원은 현재 경기도 내에 6개소에 불과한 상황.

더욱이 다문화유치원은 교육부로부터 700만원의 지원금을 받지만 이 지원금은 오직 다문화아동에 대한 한국어교육으로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이 연구위원은 "다문화유치원에서 중요한 것은 다문화아동의 한국어 구사능력보다 다문화아동과 비다문화아동이 함께 어울려 화목한 유치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문화 도서관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사회통합과 지역사회 공동체 강화라는 측면에서 아주 유용한 시설"이라고 말한다.

이 연구위원은 다문화 도서관의 우수사례로 안산다문화도서관을 꼽았다.

안산다문화도서관은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다문화거리에 위치한 약 23평 규모의 작은 도서관이다. 23개국에서 출간된 12,500권(한국 도서 1500권)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3국 서적이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안산다문화도서관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외국 출신 이용자들에게 단순한 도서관의 역할을 넘어 모국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이라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나아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외국인들과 대화하며 서로 의지하는 안식처와 같은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다중언어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것은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의 이중언어 지원사업인 '언어 두 개 기쁨 두 배'.

'언어 두 개 기쁨 두 배'는 엄마나라와 아빠나라의 언어로 구성된 전래동화책을 직접 만드는 사업. 동화책을 통해 아이와 엄마는 활발하고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으로 다문화아동에게는 인지발달과 심리적 안정을 주고 동시에 엄마 스스로 아이를 키우는 데 자신감을 주게 된다. 또한 동화책을 통해 양국의 언어 및 문화를 습득함으로써 아이에게 언어능력이 향상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병호 연구위원은 "단일민족에서 다문화민족으로 변모해나가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미래 한국사회의 통합을 위해서는 다문화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다문화가정의 자녀에게 교육의 형평성을 고려해서 지원해야 하며, 다문화가정 자녀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김종훈 기자  webmaster@gimpoj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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