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규 칼럼

1970년, 한강 하류 22.6km에 철책이 세워졌다.

6·25전쟁이 휴전을 맺은 지 17년, 무장공비 침투를 위해 세워진 한강철책은 남북분단의 상징으로 금단의 지대가 되었고 이후 김포시민의 발길을 가로막았다. 6·25 이전 한강은 ‘해양교통의 고속도로’였다. 해양으로 진출하는 출구였으며 동시에 바다에서 들어오는 입구였다. 그만큼 활발한 곳이었다. 그곳이 전쟁의 상흔으로 정치적 호수가 되었다가 다시 막힌 물길이 되어 김포시민과 남남이 되었다.

2013년 9월 14일, 이곳 한강에 6백여 명의 시민이 들어가 뱃길을 열며 다시 한강을 품었다. 철책이 세워진지 43년만의 일이다. 김포뱃길축제를 열어온 노력의 결과였고 민간인의 행사를 지원하려는 군의 배려로 당시 공중파는 ‘43년 만에 민간인 통제구역이 처음으로 열렸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 결과 현재 네이버에 백마섬을 검색하면 위키 백과사전은 섬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이 섬은 1970년부터 군사지역으로 설정되어 43년 동안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다가 2013년부터 1년에 한 번 꼴로 민간에 개방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당시 백마섬에서 진행했던 제9회 뱃길축제가 이뤄낸 성과의 표현이다.

그러나 한강은 여전히 민간인 통제구역이다.

민간인통제지역의 주체는 군(軍)이다. 따라서 이곳의 출입을 군이 막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것은 다르다. 전쟁의 상흔으로 통제되던 한강은 내수면 어업면허를 가진 어부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한강은 사철 그곳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어부의 현장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한강은 누구의 소유가 될 수 없고 더욱이 김포시민을 배제할 수도 없다. 현재 진행중인 한강철책 제거 또한 한강을 6·25 이전의 기능으로 되돌려놓고자 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더욱 분명하다.

최근 본지는 3번째 한강에서 진행하려던 김포뱃길축제를 ‘뱃길없는 축제’로 백마섬에서만 하기로 결정했다. 한강의 출입을 군부대는 동의했지만 어부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뱃길을 열기위해서는 7백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이다. 2013년 첫 번째 행사 7백만 원, 2014년 두 번째 5백만 원을 지불한 필자는 올해 7백만 원 요구를 거절했다. 첫번째 행사때는 어선을 이용하는 비용이었지만 두번째 행사부터 안전을 이유로 어선이용이 불가능해진 상태에서 한강이용을 위한 단순 요구금액이었다.

본지가 어부들과 한강뱃길 협의를 벌이던 지난 6월, 김포시는 한강 백마도에서 참게 치어 29만1천여마리를 방류했다. 당시 농업기술센터소장은 “어업 소득증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김포시민은 매년 세금을 들여 그들의 어업자원을 지원하는 반면 그들은 시민들의 발걸음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민간인의 발걸음이 통제되던 43년, 한강에는 이미 새로운 주인이 등장했다.

곽종규기자  gyoo496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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