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의선 작가의 고막리 편지/

김포우리병원의 오전 풍경은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크게 북적댄다. 필자는 이런 이유로 정기적인 혈압 약 처방은 오후를 택한다.

최근 빗길에 넘어져 팔목이 부러지면서 정형외과를 찾았을 때도 순번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퉁퉁 부어오른 팔목의 통증을 참으며 “저 좀 먼저 보게 해주세요?” 통사정이라도 할까 고심하고 있을 무렵 한 중년남자분의 고함이 들려왔다. “진료는 하고 있느냐” 고함은 급기야는 상소리로 변하고 필자는 점점 더 심해지는 고통을 참고 기다리기로 했다.

김포우리병원의 외과는 온갖 크고 작은 교통사고, 넘어지고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에 언재나 붐빈다. 환자의 억지와 소란 속에서도 “수술하면 금방 좋아지니 걱정하지 마세요” 담당의사의 부드러운 말과 온화한 미소에 당시 통증으로 고통스럽고 주변 환자의 고함에 겁먹고 있던 필자의 불안한 마음은 사라졌다.

고대 중국의 의성으로 불리는 화타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화타’가 한쪽 팔을 치료하고 있을 때 다른 한 쪽 팔로 바둑을 두면서 의연했던 ‘관문장’이 있었다.

‘명 환자가가 명의를 만든다’는 생각에 담당 의사선생께 모든 것을 맡기기로 하고 보름동안의 병원생활을 즐겼다. 그리고 “주치의 선생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입원해 있는 동안 웃으려 노력하면서 지냈다. 그리고 퇴원 하는 날 필자는 담당의사 선생께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하루에 수십 명의 환자를 치료하느라 고단할 터인데 어떻게 한결같이 웃으실 수 있어요?”그러자 필자의 팔을 수술하고 치료했던 탁터 김진용은 빙긋 웃더니 “환자가 너무 많아 한 분 한 분 정성을 다 해 드리지 못하는 것 같아서 ‘미안미소’를 날리는 것이다”고 했다. 극심한 피곤의 연속이지만 환자를 향한 유머로 느껴졌다.

고통스러운 나의 아픈 몸을 맡기는 의사는 얼마나 고마운 벗인가. 반면 병원에서 큰소리치고 때로는 욕설도 마다하지 않는다면 아픈 나의 몸을 욕설의 대상에게 맡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치료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관계에서 비롯된다.

건강해진 몸으로 퇴원할 무렵 “이 땅에 명의가 많기를 바란다면 우리부터 명 환자가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발걸음을 편하게 했다.

<본지 편집위원, 방송작가>

최의선작가  ces-1102@ham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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